흙막이
지하를 파 내려갈 때 배면의 흙과 물이 굴착면으로 밀려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가설 구조물이다. 벽체와 지지구조로 나뉘며, 본체가 서면 역할이 끝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다는 점이 옹벽과 갈린다.
흙막이는 지하를 파 내려갈 때 배면의 흙과 물이 굴착면으로 밀려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가설 구조물이다. 국가건설기준은 이 공사를 KCS 21 30 00 「가설흙막이 공사」로 묶고, 구조물 기초나 지하구조물을 위한 개착 공사에 적용한다고 정한다. 핵심은 가설이라는 말에 있다 — 본체가 서면 제 역할이 끝나고 철거되거나 묻히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다.
이름이 가리키는 범위가 사람마다 다르다
현장에서 '흙막이'는 세 가지 중 하나를 가리킨다. ① 벽체만(엄지말뚝+흙막이 판, 강널말뚝 등), ② 벽체와 지지구조를 합친 계통 전체, ③ 그 공사 자체다. 견적과 도면이 어긋나는 자리가 대개 여기다. "흙막이 얼마예요"라는 물음에 벽체 단가만 답하면 버팀보·앵커·계측이 통째로 빠진다.
문서에는 KCS 21 30 00 의 용어를 쓴다. 벽체는 흙막이 벽, 그것을 버티는 쪽은 지지구조로 나뉘고, 둘을 합쳐 흙막이 구조물이라 부른다. 토류벽(土留壁)은 같은 뜻의 옛 표기이며 지금도 견적서에서 자주 보인다. 가시설은 흙막이를 포함하되 더 넓은 말이라 비계·복공판·가설도로까지 들어간다.
옹벽과 무엇이 다른가 — 가설과 영구는 설계가 다르다
| 대상 | 무엇이 다른가 | 언제 쓰나 | 혼동하면 생기는 일 |
|---|---|---|---|
| 흙막이 | 가설이다. 존치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의 하중·부식만 본다 | 지하 굴착 중 배면 토압·수압을 받을 때 | 영구 구조물처럼 믿고 본체 공정을 늦춘다 |
| 옹벽 | 영구 구조물. 내구연한·사용하중·균열폭까지 검토한다 | 준공 뒤에도 흙을 계속 받아야 할 때 | 흙막이 단가로 옹벽을 발주해 철근·피복이 모자란다 |
| 가시설 | 흙막이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 비계·복공판·가설도로까지 아우른다 | 가설공사 전체를 묶어 말할 때 | 내역서에서 흙막이 물량이 다른 가시설에 섞여 추적이 끊긴다 |
| 차수(遮水) | 물을 막는 기능. 벽체 형식에 따라 있기도 없기도 하다 | 지하수위가 굴착저면보다 높을 때 | 엄지말뚝+판으로 차수까지 된다고 보고 배면 토사가 빠진다 |
| 지반보강 | 흙 자체를 강하게 만드는 것(그라우팅·네일). 벽체가 토압을 받는 것과 원리가 다르다 | 변위를 허용할 수 있는 비탈면·얕은 굴착 | 깊은 굴착에서 벽체 대신 보강만 하고 배면 변위를 못 잡는다 |
어느 형식을 쓸지 가르는 순서
형식을 먼저 고르고 지반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반과 주변 조건이 형식을 좁힌다. 순서는 이렇다.
- 지하수위가 굴착저면보다 높은가. 높으면 차수가 필요하고, 엄지말뚝+흙막이 판은 그 자체로 차수 기능이 없으므로 후보에서 내려간다. 강널말뚝·SCW·슬러리월 쪽으로 간다.
- 배면에 무엇이 있나. 인접 건물·지중 매설물이 변위를 얼마나 받아 줄 수 있는지가 두 번째 관문이다. 허용 변위가 작으면 강성이 큰 벽체와 강성 지지구조로 간다.
- 굴착 깊이와 평면 형상. 버팀구조는 굴착면을 가로질러 설치하므로 본체 작업 공간을 잡아먹는다. 평면이 넓으면 버팀대 길이 제한(60 m 이하)에 걸려 중간 말뚝이나 앵커로 간다.
- 배면 부지를 쓸 수 있나. 지반앵커는 남의 땅 아래로 들어가므로 인접 지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를 못 받으면 버팀구조나 레이커로 되돌아온다.
- 근입깊이를 확보할 수 있나. 토사에서는 굴착저면 아래로 최소 2 m 이상 근입해야 한다. 암반이 얕게 나오면 이 값 대신 암반 조건으로 따로 검토한다.
지지구조는 자립식·버팀구조·지반앵커·네일링·경사고임대(레이커)로 나뉜다. 굴착이 깊어질수록 단수가 늘고, 단마다 띠장이 들어간다.
이 기준이 성립하지 않는 자리
수치 기준의 상당수는 일반토사를 전제한다. 연약지반·피압대수층·전석층에서는 근입 2 m 나 띠장 높이 1.0 m 같은 값이 그대로 성립하지 않고, 해석을 거쳐 따로 정한다. 시방서의 값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 가장 흔한 오류다.
존치 기간도 경계가 있다. 가설구조물이라는 이유로 허용응력을 할증해 설계하는데, 공사가 지연돼 존치가 길어지면 그 전제가 깨진다. 공기 연장 협의에서 흙막이 재검토가 빠지는 일이 반복된다.
계측값이 관리기준 안에 있다는 것도 안전을 보증하지 않는다. 계측은 굴착 중 1주 2회 이상, 굴착 완료 뒤 1주 1회 이상이 기준인데, 급격한 변화는 그 간격 사이에서 일어난다. 강우·인접 공사·지하수 양수처럼 조건이 바뀌면 빈도를 올리는 판단이 따로 필요하다.
이 일을 오래 한 사람이 걸려 넘어지는 곳
차수와 지지를 한 벽체에 다 기대한다. 벽체 형식은 토압을 받는 능력과 물을 막는 능력이 따로 논다. 엄지말뚝+흙막이 판은 휨에는 강하지만 판 사이로 물길이 열린다. 지하수위가 높은 현장에서 이 조합을 고르고 배수로 해결하려다, 배면 토사가 물과 함께 빠져나가 인접 도로가 내려앉는 경로가 여기서 나온다.
굴착저면 아래 2 m 를 벽체 길이로 읽는다. 2 m 는 굴착저면 아래로 들어가야 하는 근입 길이이지 벽체 전체 길이가 아니다. 굴착깊이에 2 m 를 더한 값이 최소 길이가 된다. 자재 발주에서 이 한 번의 오독이 전량 재발주로 이어진다.
계측을 '설치했다'로 끝낸다. 계측의 값어치는 설치가 아니라 초기치에 있다. 굴착 전에 안정된 초기치를 못 잡으면 이후의 변화량이 무엇에 대한 변화인지 말할 수 없다. 굴착이 이미 시작된 뒤 계측기를 붙이고 그때 값을 초기치로 삼는 일이 드물지 않은데, 그 자료는 분쟁에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도면과 서류의 어느 칸에 있나
가설 평면도에서는 벽체 형식·평면 배치·지지구조 단수로, 단면도에서는 굴착 단계별 굴착고와 지지 설치 시점으로 나타난다. 내역서에서는 벽체·지지구조·계측이 각각 다른 항목이므로, '흙막이'라는 한 줄만 있으면 무엇이 포함인지 되물어야 한다.
검사 서류로는 계측 관리기준과 실측값을 담은 계측보고서가 남고, 철거 단계에서는 인발 뒤 공극을 무엇으로 채웠는지가 기록된다. 이 기록이 빠지면 몇 해 뒤 지표 침하로 돌아오거나, 다음 공사에서 지중장애물로 다시 만난다.
자주 받는 질문
흙막이와 토류벽은 다른 말인가. 같은 것을 가리키는 다른 표기다. 토류벽이 옛 표기이고 국가건설기준은 흙막이 벽을 쓴다. 다만 토류벽이라고 하면 벽체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 지지구조까지 포함하는지 한 번 확인하는 편이 낫다.
흙막이를 그대로 두고 본체를 올려도 되나. 설계가 그렇게 돼 있으면 가능하다. 다만 그때는 가설이 아니라 영구 부재가 되므로 부식·내구연한·본체와의 접합을 따로 검토해야 한다. 가설 조건으로 검토된 벽체를 판단만 바꿔 남겨 두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계측 관리기준은 누가 정하나. 설계 단계에서 정해 도면·시방에 적는다. 굴착깊이에 대한 비율로 주는 것이 통상이고, 배면에 민감한 구조물이 있으면 그쪽 허용 변위가 기준을 끌어내린다. 현장에서 값을 완화하려면 설계자의 검토가 따라야 한다.